제 목 : |
영어 안되는 영어교육, 공교육 수업의 질 높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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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
임고야 | 작성일 : |
2007년 03월 12일 10시 3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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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안되는 영어교육] 공교육 수업의 질 높이자
“a man, a vase, a window, a ball, a table.”
주어진 단어는 모두 다섯 개였다.
8월 30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도심의 엔겔브렉트스콜란학교 7학년의 영어수업. 영어담당 교사인 헬레나 레이네 씨는 “Write a story with these five words in it. Work 2 by 2(단어 5개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둘씩 짝지어 만들어요)”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두 명씩 짝을 지은 30명의 학생은 서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공책 한쪽에 이야기를 가득 적었다. 어휘가 떠오르지 않으면 손을 번쩍 들어 교사에게 묻기도 했다.
15분간 토론한 후 이야기를 발표할 차례. 개구쟁이 같은 표정의 구스타베 아펠(13) 군과 요하네스 니스트룀(13) 군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펠 군은 “한 남자가 공을 차서 창문을 깼는데 화가 난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아이스크림에 미끄러져 죽었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두 장난꾸러기의 ‘엽기적인’ 이야기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렇듯 스웨덴의 영어수업은 듣기, 읽기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말하기, 쓰기 같은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레이네 씨는 “의사소통은 말하기가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회화에 중점을 두면서 문법도 섞어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 공교육 정상화는 교사가 관건=경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1·5년) 군은 영어수업 시간만 되면 10분 만에 과제를 끝내고 공책에 낙서를 하며 논다. 이 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2시간 동안 수업을 하는데 수준이 낮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군은 외국 연수를 다녀온 적은 없지만 대신 호주 교포와 미국인 유학생이 가르치는 학원에서 일주일에 3번, 1시간 반씩 영어 동화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 에세이 쓰기, 영자신문 읽기 등의 교육을 받는다. 이 군의 어머니 양모(42·여) 씨는 “지난해까지 담임교사가 영어를 가르쳤는데 아들이 ‘우리 선생님은 생일을 ‘버∼스데이’라고 발음한다며 웃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진경애 박사는 “한국 공교육의 영어교육도 입시 평가를 위한 읽기 교육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는다면 굳이 학원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누가 그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는 것.
초등학교 과정에 영어수업이 도입된 1997년 이래 수업시간 부족, 원어민 교사 부족, 교과서 개선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지만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학교 영어교육 수준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영어 공교육이 잘 이뤄지는 스웨덴의 경우 초중고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은 최소 580시간으로 최소 731시간인 한국에 비해 적다.
이는 교육현장에서도 인정하는 문제. 영어교사들은 “영어를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2년 전국 중학교 영어교사 300명을 대상으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자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전체의 60.6%가 ‘미숙하다’고 답했다. ‘자신 있다’는 39.4%였다.
▽대학의 영어수업도 실용보다는 이론에 치우쳐=영어교사들이 현장에서 이런 어려움에 부닥치는 데는 대학 교육에도 이유가 있다.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응용 영어 중심으로 교사를 양성하는 데 비해 한국 대학의 영문학과와 영어교육과는 이론 수업에 치우쳐 있다.
전남대 신경구 영문학과 교수가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부산대 등 국내 11개 대학의 영문학과 및 영어교육학과 교수의 전공을 분석한 결과 90%가 문학이론 전공이었다. 이것이 개설 과목에 연결돼 서울대조차 영문학과와 영어교육학과의 전체 영어과목에서 실용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D중학교 영어교사인 정모 씨는 “일선 교사들도 실용 영어 연수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만 예산 때문인지 기회가 잘 안 주어진다”고 털어놓았다.
공교육 영어 회화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부모나 학생들이 희망하는 것은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 배치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데다 장기적으로 한국인 영어교사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영어 원어민 교사 확충은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원어민이 1명이라도 배치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799개교(전체 초등학교의 14.2%), 중학교 640개교(21.8%), 고등학교 402개교(19.2%)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1183명이었던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올해 말까지 1950명으로 늘리고 2010년까지 3600억 원을 들여 290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교육부의 영어교육 관련 총예산은 682억 원. 이 가운데 340억 원이 원어민 보조교사 영입에 들어갔다. 이에 비해 교원 영어연수에는 총예산의 9.26%인 63억 원이 쓰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영어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는 비용으로 해외 연수를 포함한 국내 영어교사의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핀란드 교육연구소의 칼레비 포이알라 교육고문은 “핀란드에는 영어 원어민 교사가 한 명도 없다”면서 “대신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영어교사를 채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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