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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지금 대학가는 “자나깨나 영어!”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07년 02월 26일 12시 33분
     
  1학년 전과목 영강·신입생 영어 연수 지원
“학문 특성 고려 없이 밀어붙이기” 반발도

사생결단(死生決斷)이다.

최근 각 대학들이 영어강의 확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 나서고 있다.

“영어강의 비율을 얼마까지 올리겠다” “외국인 교수를 몇 명 더 뽑겠다”는 등 갖가지 대책을 쏟아내는가 하면 교수들에게 강좌개발비 등 ‘당근’을 제시하며 영어강의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영어강의 안 들으면 졸업을 못한다”며 ‘국제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출 것을 강요 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각에서 “대학이 지나치게 영어에 올인(All In)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대학 1년생 모든 강의는 영어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올해 신입생들부터 1학년 강의를 전부 영어로 실시하기로 했다. 카이스트는 앞서 겨울방학 동안 신입생 600여 명 중 280명을 캐나다와 뉴질랜드, 필리핀 등으로 ‘영어 연수’를 보냈다.

학생들은 연수 비용 400만~500만원을 우선 자비로 부담했는데 연수 성적과 학교측이 주관하는 영어시험 성적이 좋으면 연수비 30~60%를 돌려 받는다.

포스텍(포항공대)도 2010년까지 1학년 과정의 모든 강의를 영어로만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영어강의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들은 하나 같이 ‘국제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 학생들을 많이 유치해야 하고 그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영어 강의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학생들 역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영어 실력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속빈 영어 강의 양산 우려

그러나 영어강의에 목 매는 대학들의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법대의 한 교수는 “지금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교수들은 그리 많지 않다”며 “갖가지 인센티브를 주면서 까지 영어로 강의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고려대 문과대의 한 교수는 “자연대와 공대, 경영대는 영어강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지만 문ㆍ사ㆍ철(문학, 사학, 철학)은 그럴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학문 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영어로 수업 안 하면 눈치 받는 식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모든 신임교수 영어 강의 의무화 등 영어강의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교수 사회의 민심을 잃은 큰 이유도 바로 영어강의를 지나치게 밀어부친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교수ㆍ학생 실력부터 쌓아야

한국 학생들 대부분은 영어강의를 꺼리는데도 학생들에게 영어강의 수강을 졸업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잘못이라는 비판도 많다.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의 수요 자체가 없다 보니 영어강의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지난 2년 동안 개설한 34개 영어강의 중 수강 정원의 절반을 넘기지 못한 강의가 21개(약 62%)나 됐다. 그마저도 대부분 외국 학생들이었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는 이에 대해 “영어강의가 학생들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지 영어 강의와 한국어 강의 때 학생들의 이해도와 학업성취도는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학생들에게 강제로 영어강의를 들으라고 하는 것은 결국 영어강의 수 늘리기에만 집착한 결과”고 꼬집었다.

신보경 이경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

△ 영어 강의 확대를 위한 대학들의 대책 및 계획

카이스트= 올 신입생부터 전과목 영어 수강,

고려대= 2010년까지 영어강의 비율 60%까지 확대, 실용영어 제외한 5개 과목 이상 영어 강좌 의무 수강

서강대= 올 신입생부터 4개 과목 이상 영어강의 의무수강

서울대= 신규 강좌 개설 교수에게 200만원 지급, 3번 강의 시 1번 강의 면제 혜택, 올 신입생 외국어 강좌 3개 이상 의무 수강

연세대= 2010년까지 모든 학과에 외국인 교원 1인 이상 채용 의무화

포스텍= 2010년까지 수업 100% 영어로만 강의

한양대= 2010년까지 영어강의 비율 20% 이상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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