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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대학 1학년은 고4,,, 인기과 가려고 학점따기 올인!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07년 02월 24일 14시 21분
     
  성격이 비슷한 학과들을 하나의 학부로 묶어 신입생을 모집하고 2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는 학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 1학년 때 학문을 폭넓게 접한 뒤 자기 진로를 선택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학부제’는 그간 느슨했던 대학 문화를 뿌리째 바꿔 놓았다.

◆공부하는 대학 문화 자리잡아

2006년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김광욱(20)씨는 작년 한 해 동안 대학입시보다 더한 ‘학과 입시’를 치렀다. 2학년 때 자신이 원하는 심리학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고3 내신 관리하듯 중간·기말 시험에 ‘올인’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서울 Y대 김선영(21)씨 역시 작년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하던 신문방송학과에 ‘합격’했다. 김씨는 “인기 학과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입학 동기들끼리 서로 강의 필기노트도 안 보여줬다”며 “시험 시간에 옆 친구가 부정행위를 하면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항의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학부제 이후 대학 캠퍼스에는 ‘고(高)4’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취직이 잘되고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학년 때부터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덕분에 ‘대학은 들어가기는 어렵고 나오기는 쉬운 곳’, ‘한국 대학생은 노는 대학생’이란 말들도 옛말이 됐다. 대학교 1학년 때 주로 하던 ‘미팅’도 옛말이 됐다.

대신 1년간 다양한 과목 수업을 듣고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제 시스템으로 학생들은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수능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학과를 선택했던 과거와 달리, 좀더 신중히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세대 문경원(영문과 1·21)씨도 “인문학부에 입학했을 때 영문학과 중문학 중에서 고민했는데 1년 수업을 듣고 나서 영문학이 내 적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 학생의 최대 관심이 전공선택과 취업에 쏠리면서 학생운동도 급변했다. ‘이념’을 떠나 복지·장학금 등 ‘실용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2005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민석(26)씨는 “수업에 관심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좋은 수업 만들기’ ‘강의평가백서 만들기’ 같이 실질적인 공약을 내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후배끼리 얼굴을 익히는 자리였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정보전달 위주의 ‘설명회’로 변신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올해부터 ‘전공 특성화 영역’, ‘교과 과정’, ‘취업 정보’를 설명하는 시간으로 1박2일 일정을 채웠다. 가수 공연을 관람하고 밤 새워 술을 마시던 ‘오락 위주’ 분위기가 진지하게 대학 생활을 토론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전공 기초학력은 떨어져

반면 과(科) 체제가 무너지고 학생들간의 결속력이 사라졌다. 서울대 정치학과 이모(21)씨는 “신학기 때 멋모르고 ‘문학예술학회’에 가입했지만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며 “학점을 관리하기도 빠듯한데 선배들과 어울려 다닐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학과가 사라지면서 ‘과방’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과방은 선·후배가 수업후 모여 수다를 떠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던 공간이다.

일부에서는 좋은 과 선점을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을지 몰라도 ‘학력저하’는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격적인 전공 수업은 2학년 때 시작되므로, 전공을 깊이 있게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고 학생들의 이해도도 떨어진다는 얘기다. 성균관대 독어독문학 이정준 교수는 “1학년 때 전공 기초가 안 된 학생들을 상대로 전공심화 수업을 하다 보면 힘이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대학원 진학률도 학부제 10년 동안 현저히 줄었다”고 말했다.

인기학과 쏠림 현상도 학부제 10년이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 K대 심모 교수는 “학생들이 영문과·중문과 등 일부 학과만 선호해 비인기학과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며 “1학년 때 학점 관리를 못해 비인기학과로 온 아이들은 자기 전공은 소홀히 하고 인기학과를 이중 전공으로 공부할 기회만을 노린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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