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정보 > 임용정보
 
제 목 : [조선일보] "딱히 할 것 없는 토요일 학교 가고 싶어요"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12년 06월 04일 10시 19분
     
  [특별기획] 주5일 수업제 시행 100일… 반대 의견 들어보니
-초등 5학년 100명중 15명은 주5일 수업제 반대
서울시내 초등 5년생 100명 중 15명은 주 5일 수업제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맛있는공부가 주 5일 수업제 시행 100일(9일)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아래 박스 참조〉. 쉬는 게 마냥 좋을 것 같은 열두 살 어린이들이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뭘까?

금조아(서울 소년초등 5년)양의 토요일 아침은 부모님과의 TV 시청으로 시작된다. 오전 11시부터는 학교 숙제를 하는 시간이다. 금양은 “주 5일 수업제가 시작된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반면, 금양과 같은 반 친구인 노주말군의 생각은 좀 다르다. “주 5일 수업제로 토요일 수업을 다른 날 보충해야 해 4교시까지만 있던 평일이 아예 사라져버렸어요. 토요일에 안 나오면서 평일 수업은 예전 그대로일 순 없나요?”

이상은 이번 조사 결과를 요약, 가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토요 휴업을 마냥 반기지 않는 초등생이 생기는 첫 번째 원인은 ‘쉬어도 딱히 할 일 없는 일과’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5학년 학생들이 꼽은 토요일 오전(9~11시) 일과는 △TV 시청(168명) △학교 토요활동교실(158명) △책 읽기(128명) 순이었다. 반면, 설문지에 제시된 13개 보기 항목 중 ‘가족과의 나들이’(41명)나 ‘지역사회 토요 활동’(34명), ‘봉사활동’(2명)을 선택한 응답자 순위는 최하위권에 그쳤다. 이는 ‘(학교에서 가정·지역사회로의) 학습장 개념 확대’ ‘현장 체험학습 활성화’ 등 당초 교육과학기술부가 내세운 주 5일 수업제 도입 취지와 배치되는 결과다.

등교일 수가 줄었을 뿐, 학업 부담은 그대로인 점 역시 주 5일 수업제 시행에 부정적인 응답 비율을 높였다. 이번 조사에서 “내가 만약 주 5일 수업제 지속 여부를 정하는 결정권자라면 계속 시행하지 않겠다”고 답한 어린이는 15.3%(123명)에 이르렀다. “토요 등교가 사라져서 싫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13.5%(109명)로 나타났다. 이들 중 48.6%는 “토요일 수업 분량이 다른 요일로 옮겨져서”를 그 이유로 들었다. 현재 주 5일 수업제를 시행 중인 대부분의 학교는 토요일 수업 시수를 채우기 위해 평일 수업을 늘리거나 방학을 줄이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학업 부담 문제는 응답자의 토요일 일과를 묻는 항목 집계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응답자 중 182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일정으로 ‘학교 숙제’를 꼽았다. “오후 시간을 숙제에 할애한다”는 응답자 수(142명)도 13개 보기 항목 중 가장 많았다.

학교 토요 프로그램의 지역 간 격차 역시 주 5일 수업제에 대한 불만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학교 토요활동 교실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158명 중 82명(51.8%)이 ‘사교육 특구’로 꼽히는 3개 구(강남·서초·양천)에 집중된 게 그 증거다. 이들 3개 구 소재 학교 재학생은 28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35.1%에 불과했다.

한편, 주 5일 수업제 시행이 사교육 시장에 끼친 영향은 예상 외로 크지 않았다. 토요일에 등교하지 않게 되면서 생긴 변화를 묻는 항목에 “오전부터 학원에 다니게 됐다”는 답변을 선택한 응답자는 71명(8.8%)에 불과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지난달 25일과 29일 이틀간 서울시 관내 8개 초등 5년생 805명(남 385명, 여 420명)이 참여했다. 대상 학년(5년) 선정은 “주 5일 수업제 변화에 가장 민감한 학년”이란 교육과학기술부의 제안에 따랐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천한 ‘주 5일 수업제 우수 시행 초등학교’ 10개 중 “학교 폭력 등 갖가지 설문조사에 시달렸다”는 A초등과 “교장·교감이 연수 중이어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B초등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가 설문에 응했다.

결과, 이렇게 봤다

①학부모ㅣ최숙진(40·서울 동작구)

“초등 5년생 아들이 있다. 평소 어딜 다녀보지 않은 아이들은 여행보다 게임이나 TV 시청을 더 좋아한다. 엄마들도 관련 정보를 찾기보다 ‘모른다’ ‘피곤하다’며 버티기 일쑤다.”

②학생ㅣ강세연(서울 한양초등 5년)

“토요일에 쉬면서 숙제 분량이 늘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자유 시간이 생겨 마음 편히 숙제할 수 있는 점은 좋다. 물론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더 바빠진 것 같다.”

③교사ㅣ박세천(서울 양진초등 교장)

“우리 학교 전교생 1500명 중 300명은 토요 교실에 참여한다. 참여율이 높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학부모는 자녀를 토요 교실에 보내기보다 외부 현장 체험에 데리고 다닌다. 반대로 일부 학군의 경우, 금요일부터 자녀를 기숙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첨부파일
[다운로드]  [68.97 KB]1338772784.JPG (68.97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