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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한겨레] 학생 “좋아!” 교사 “싫어!”…평행선 달리는 교원평가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12년 09월 17일 17시 57분
     
  스스로 수업개선 하도록 분위기 만들어줘야

“관동이 아름다운지도 모르겠고, 어려워서 이해도 안 돼요. 이런 거 왜 배우는지…” “남자애들이 너무 떠들어서 수업을 거의 못 알아들었어요.”

서울 경인고 조영선 교사의 ‘수업일기’에 쓰인 내용이다. 국어교사인 그는 수업에 들어가는 모든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수업일기를 쓰라고 한다. 수업 중 이해 안 간 부분이나 느낀 점 등을 적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그 글을 읽으며 좋은 내용은 넘어가지만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자기반성과 피드백을 한다. 가령, 앞서 말한 학생들의 글에 대해서는 관동별곡을 가르치는데 자신이 뜻풀이에 집착해 관동이 아름다운지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고 사과한다. 그리고 관동에 대한 사진을 묶어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준다. 시끄러워서 수업을 거의 못 알아들었다는 학생에게는 다음 시간에 다시 똑같은 진도를 나간 적도 있다.

그는 교원평가에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평가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아서다. 교사마다, 학년에 따라 수업내용과 방식이 다 다른데, 교원평가 지표는 정형화된 수업에 따라 만들어졌다. 당연히 현실 수업과 전혀 맞지도 않고, 교사를 점수로 서열화하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해서다.

대신 그는 아이들에게 ‘수업일기’를 쓰라고 해서 상시적으로 자체 평가를 한다. 이를 통해 학생과 소통하고 자신이 뭘 했는지, 앞으로 개선할 점은 뭔지 알 수 있다. 그는 “교사라면 아이들이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길을 잃었을 때 손 내밀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부터 전면 시행된 교원평가제(교원능력개발평가)가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다. 교원평가제는 학교 내 교원들을 학교장과 교감, 동료교사,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대상은 국공립은 물론 사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초중고교 교원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원의 지도능력 및 전문성을 강화해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실효성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고등학교 2학년인 ㄱ양은 중2 때부터 매년 한 번씩 선생님들을 평가해왔다. ‘그날’이 되면, 컴퓨터실에 모인 친구들은 신이 났다. 평소 마음에 안 드는 선생님을 ‘깔 수 있어서’다. 일방적으로 쌍욕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구체적으로 수업방식이나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 좋은 선생님은 어떤 부분이 좋았으니 계속 그렇게 해달라고 쓰기도 한다.

ㄱ양은 당연히 교사들도 누군가에 의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수업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한번 되돌아봐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교사만 학생을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며 “오히려 수업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생활기록부에 써준다, 안 써준다 협박을 하고, 수업시간에 노트북 가지고 혼자 이것저것 하거나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말만 하는 교사들도 실제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에 사는 고유경(48)씨는 초중고, 대학생 자녀를 둔 덕분에 교원평가를 여러 번 했다. 처음 실시했을 때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점점 허무함을 느꼈다. 항목도 너무 단순하고 공개수업 한번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는 “교원평가는 필요하다. 다만, 능력평가는 학생들이 하고 학부모가 하고 싶은 건 자질 평가”라며 “교사가 성폭력 경력은 없는지 폭력으로 징계받은 적은 없는지 내 아이에게 배정된 교사에 대한 정보를 너무 모른다. 우리는 입소문으로 확인을 하는 수밖에 없다. 교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학부모와 학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가가 안 좋은 교사가 징벌적인 교사연수를 다녀와서 제자리에 복귀했을 때 그 이전과 달라졌는지 그 결과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 지역의 교육청 관계자는 “교원평가가 수업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수업개선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교사에 대한 낙인효과로 가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교육청은 교원평가제가 대통령령으로 실시돼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교과부의 매뉴얼을 일부만 적용하고 있다.

가령, 교과부는 체크리스트 방법과 서술식 방법을 병행하라고 하지만 이 지역은 학교의 자율성에 맡겼다. 또한 점수가 낮은 교사들에게 강제로 시행하는 능력향상 연수 또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교사 스스로가 수업개선에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지 억압적으로 하면 안 된다. 애들도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면 안 하는데 어른들이 따르겠냐”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2011 교원능력개발평가 운영 및 개선방향’의 조사 결과를 보면, 교원평가제도의 효과에 대해 교사들은 대체적으로 미흡하다고 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전반적으로 보통 이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교원평가제는 교과부와 일부 교육청, 교사와 학생 간의 괴리감도 커 보인다. 현 제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직접 평가에 참여하는 교육 당사자들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ㄱ양의 이야기는 곱씹어볼 만하다. “교사에게는 권위가 없다. 교사와 학생 간에는 예의가 있을 뿐이다.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 속에서 얻는 배움은 교과적인 지식뿐이다. 이보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아끼고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교사가 절실하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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