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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경향신문] 장애·비장애아 통합교육… '우린 다를 바 없는 친구' ..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12년 07월 26일 17시 13분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 선곡초등학교의 도서관에서 4학년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수업을 들으며 책을 보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제공

ㆍ통합교육 내년부터 대폭 확대

우리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면 어떨까. 학령기의 장애 아동을 둔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교육 문제다. 아이가 비장애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는지, 교과진도는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등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같은 걱정들 때문에 부모들은 장애인 교육 전문학교나 홈스쿨링 등을 찾아가고, 이는 장애 아동을 사회와 더욱더 단절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작은 균열이 엿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한 학교 또는 한 학급에서 장애가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같이 수업을 받고 있는 통합교육 현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선곡초등학교도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다. 이 학교에는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정신지체와 자폐성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 14명이 있다. 이 학생들은 특수학급이 아닌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듣는다.

지난 18일에는 이 학교 6학년 통합학급이 먹거리장터를 열었다. 장애 여부를 가리지 않고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음식을 만들고 이를 파는 모습은 “어색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따돌림이나 놀림이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은 비장애인의 편견에 불과했다. “우리 학교는 왕따 같은 것이 없어요”라고 말하고는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다가가 수다를 떠는 한 학생의 모습을 통해 통합교육이 장애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김현혜 선곡초 특수교사는 “장애 이해수업을 하는 도중에 아이들이 ‘쟤가 장애가 있다고요?’라며 되물었을 정도로 아이들은 장애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있었다”면서 “이미 친구가 된 이들에게 이론 수업이 따로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비장애학생들은 장애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장애인들과는 담을 쌓으며 그들을 격리시키는 사회로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직접 몸으로 느낀 것들이 고스란히 체화돼 있는 것이다. 장애학생이 남과 다른 모습을 두드러지게 보일 수밖에 없는 체육시간에도 아이들은 “한 번 더 해봐”라며 용기를 북돋아준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4학년 딸을 둔 박모씨(44)는 “처음에는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생각했고 선생님부터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힘든 점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우리 아이를 맡겠다고 자원하신 담임선생님이 애쓰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이가 체육시간마다 구석에 멍하니 혼자 앉아 있곤 했는데 이제는 비장애 아이들과 어울려 피구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만 이 학교의 통합교육에 만족감을 얻는 것은 아니었다.

비장애인 학생 학부모 이모씨(44)는 “장애학생의 짝이 된 아이가 처음에는 불평을 했고 나도 아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나면서부터는 짝꿍이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친구라는 걸 아이가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더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인성교육 방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학교 교사들의 변화도 따랐다. “학생들을 집단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개인으로 보게 된 것이 통합교육의 가장 큰 성과”라는 것이 교사들의 이야기다.

선곡초등학교를 비롯해 서울에서 통합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모두 6곳. 서빙고초등학교병설유치원, 고척중학교, 방원중학교, 휘봉고등학교, 광성해맑음학교 등에서 이 같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여러 실험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이들 6개 학교를 통합교육중점학교로 선정해 교실에서 장애학생 수업을 지원할 강사, 보조 공학기기, 교재·교구 등 학교 여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별도로 지원했다. 또 현장에서 교사와 학교운영자들이 부닥칠 다양한 종류의 문제점과 애로사항 등을 상담할 수 있도록 통합교육컨설팅지원단을 조직해 도와주고 있다.

이 같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는 내년부터는 선곡초등학교 같은 학교를 대폭 확대해 운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재 강사 채용과 교구·교재 구입비로 시교육청이 이들 학교에 지원 금액은 2억5000만원가량인데 내년부터는 이 같은 지원을 받는 학교 수를 4배 이상 늘려 26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교사나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회적 관심이 모자란 것 또한 현실이다. 장애아동에게 특화된 특수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은 지금도 다양하지만 통합교육 전문가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턱없이 적다. 장효범 성곡초 교장은 “통합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협력교육 강사 인력풀이 하루 빨리 구축돼야 하며 통합교육에 알맞은 교실환경도 새롭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인의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6항에서 정의하고 있는 통합교육은 물리적으로 장애학생을 통합하는 것을 넘어서 교육과정 및 사회적 통합까지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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