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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한겨레]“아이들에 집중하는 ‘불량교사’ 되겠다”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12년 08월 24일 11시 25분
     
  [한겨레] 교육공동체 벗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가출학생 복귀막고 두발단속하는

‘정글’같은 학교 벽 부딪친 교사들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학칙에 맞서

자신의 교육철학 지키는 방법 고민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는 ㅂ교사는 ‘학교에서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지난해 2학기, 근무하던 중학교에 집안 형편이 좋지 않고 가출을 밥 먹듯이 하던 아이가 있었다. 무단결석중이던 그 학생이 갑자기 ‘학교로 복귀하겠다’고 하자, 학년부장이 회의를 소집해 이렇게 제안했다. “며칠만 더 출석하지 않으면 자동 휴학 처리되는데요. 수업 분위기가 나빠지고 진도도 맞지 않으니 이번 학기는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할까요?” ㅂ교사는 “그 학교에 근무했던 3년 동안 동료 교사와 수업에 대한 고민, 학생 지도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나눠본 적이 없었는데, 학교에 돌아오겠다는 학생을 막는 회의를 그처럼 진지하게 하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고 했다.

지난 21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성수동에 있는 교육운동단체 ‘교육공동체 벗’ 사무실. ㅂ교사처럼 학교에서 ‘내가 이상한 거야?’라는 고민을 해온 교사 10여명이 모였다. 이 단체가 지난 7일 개설한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 과정은 학생은 배려하지 않고 조직 논리만 따라 굴러가는 학교라는 ‘쳇바퀴’의 진행을 멈추거나 느리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매주 한 차례 강좌가 열리는데, 7일 첫 강의 때는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가 아이들에게 ‘옳음’을 가르칠 수 있는 ‘잘못 만난 선배가 되자’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3주차인 이날은 조영선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 파견교사(서울 경인고 국어교사)의 11년 교직 경험담인 ‘꼰대 탈출 프로젝트’ 강연이 진행됐다.

조 교사는 자신이 지난 11년간 어떻게 ‘불량교사질’을 해왔는지 풀어놨다. 수업시간에 두발을 규제하러 온 선생님께 ‘수업 끝나고 하시라’고 막아낸 일, 교지 제목을 구미에 맞게 편집하려는 교장·교감 선생님께 맞선 일,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글로 쓰게 하고 상처받은 장소에 가서 붕대를 감게 하는 ‘붕대클럽’ 수업 등이다.

조 교사의 강연을 들은 교사들은 저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벽’에 부딪힌 경험을 털어놨다. 서울에서 영어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 ㅇ씨는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2004년을 떠올렸다. “제가 부임하기 전, 수학여행 때 교장 선생님이 자는 아이들을 깨워서 술을 따르게 했다는 거예요. 이 일이 문제가 돼서 교육청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하는 장학사와 조사받는 교장 선생님이 같은 학교 선후배여서 유야무야됐죠. 이 일에 대해 다시 문제제기했다가 미운털만 박히고 결국 23일 만에 학교를 관뒀어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ㄱ씨도 고충을 토로했다. “오늘 제 수업시간에 두발 단속이 있었습니다. 생활지도부 선생님이 와서 두발 규정을 어긴 학생을 복도로 내보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개성을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저도 같은 교육철학을 갖고 있지만, 그에 역행하는 학교 방침과 부딪힐 때 막막합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교사들은 “학교라는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불량교사’가 되겠다”, “학교의 일방적 방침에 무조건 따르지 않겠다”, “침묵의 회의시간에 발언하겠다” 등의 다짐을 했다.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은 9월5일 시즌1을 마감한 뒤, 9월11일부터 시즌2를 시작한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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