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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경향신문] 교단에서 교생 선생님을 보내며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13년 05월 16일 13시 26분
     
  처음 교직에 섰을 때의 내 모습은 어떠했을까? 교생 선생님 수업을 참관하면서 문득 교생실습을 나갔던 때를 회상해 본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처음 일주일간 진행됐던 초등학교 실습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수업 참관이 이루어지고 나서 1학년 코흘리개 아이들과 체육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시간 내내 줄 세우는 데 진땀을 흘리다가 마치는 종소리를 듣게 되었다.

교직 경력이 스무 해를 넘긴 지금도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 진도를 나가는 수업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변화하는 수업을 만드는 것이 여전한 화두다. 중학교에서는 몇 차례 학습 지도안을 퇴짜맞고 수정하기를 반복한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지도했던 선생님은 ‘계획적인 수업’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훈련을 시키려 했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장난치거나 딴짓을 하던 남학생들이 예쁜 교생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예습까지 해온다. 어떤 녀석은 선생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쉬는 시간마다 쫓아다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즘 노래들을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젊은 감각’을 배우면서 아이들에게 지루했을 수업에 대해 반성해본다.

교생실습은 교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론적인 교육학을 넘어서는 교육의 산 경험의 장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교생실습 경험은 첫사랑의 추억처럼 평생 동안 내재화되어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 비하면 교육실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너무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같은 양성기관이지만, 교대생들은 2학년부터 4학년까지 5학기에 걸쳐 총 9주간 교육실습을 한다. 하지만 사범대학생과 교직 이수자들은 불과 4주간의 교육실습을 받게 된다. 핀란드의 경우 5~6개월간 교생실습을 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교육실습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사범대학과 교직 이수 대상자들은 30 대 1 이 넘는다는 ‘임용고시’를 통과해 교단에 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러한 조건이어서 교육실습은 교직과정과 교원 자격증을 얻기 위한 필수과정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의사와 검사, 변호사 등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불과 4주간의 현장실습을 거쳐 교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은 교직이 전문직이라는 것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학교 현장의 교육실습 시스템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부설학교 등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교육실습이 충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학교 단위에서 교생을 받을 것인가, 받지 않을 것인가가 임의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과와 교생의 규모 역시 해마다 달라지게 된다. 결국 입시 부담이 적은 1, 2학년 담임과 교과를 담당하게 되고 지도교사도 교생 실습 직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핀란드의 경우 교생실습을 지도하는 교사로 선발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교생을 지도하는 업무가 기존 업무에 부가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지도교사가 하는 교생 지도는 학습지도안 작성이나 교생 실습록 조언, 공개 수업에 대한 평가를 해주는 수준에 그친다.

올해도 전국 많은 학교에서 교생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교사가 될 가능성이 희박한 현재의 양성 및 임용 시스템 속에서 수만명의 교사 지망생들은 ‘아이들 속에서’ 교직의 꿈을 키우고 있다.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은 교육부의 공식 문서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핀란드의 교육 혁명이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체계적인 교원양성 시스템이라는 게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도 부실한 교원 양성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양성과 임용의 비율이 10 대 1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는 전문 교원을 양성하는 데 부적합한 시스템이다. 교원 양성기관을 목적형으로 운영해 사범대학 입학부터 교사양성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나라와 비교해보면 사범대학은 별도의 통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난립하고 있다. 더구나 교육대학원에서 교직 과정을 이수해도 교원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사회의 양극화와 핵가족을 넘어 가족해체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 구조적인 학교폭력과 배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 행위가 일상화된 교육 현장. 교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덕목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려는 열정과 아이들을 이해하고 배움의 길로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되기 위한 준비가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을 만나니 더욱 교사가 되고 싶다는 교생 선생님에게 부실한 교육실습 시스템을 개선하지도 못하고 교생실습 지도교사로서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부실한 선배 교사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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