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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중학교 교실이 망가진다.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07년 02월 24일 14시 07분
     
  중학교 교실이 망가진다

[한겨레 2007-02-20 19:27]



[한겨레] 새벽까지 학원에 다니고 수업시간에는 조는 학생들, 아예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아니다. 특목고가 사실상 고교입시를 부활시키면서 중학교에도 이런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의 ㄱ중학교는 지난해 3학년 10개반에서 한 반당 평균 5명 정도가 특목고 준비를 했다. 전교 상위권 50여명 가운데 과학고를 준비하는 2~3명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외고 입시준비를 했다. 이 중 25명이 합격했다. 외고 입시가 내신 성적을 3학년1학기까지만 반영하기 때문에 특목고 준비생들은 3학년2학기가 되면 학교수업보다는 학원수업에 치중한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수학 등 외고 입시에서 요구하는 문제의 수준이 이미 중학교 교과과정을 훨씬 뛰어넘어 교사들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학원에 개설돼 있는 특목고 대비반은 하루 수업이 8시간이 넘고 밤 12시 너머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서울 양천구 ㅎ학원의 학부모 상담 담당자는 “학교를 하나 더 다니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남이나 목동처럼 특목고 열풍이 더 거센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 양천구 목동 ㅇ중학교 3학년 김승희(가명)양은 “한반에 10여명, 전교에서 200여명 정도가 특목고를 준비한다”며 “입시가 다가오면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아예 결석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오양은 “선생님들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 ㄷ중학교도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4명에 1명 꼴이다. 이 학교 학부모 조아무개(45)씨는 “외고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보니, 학교에서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일정 부분 포기한 탓인지,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느 외고를 목표로 공부하는지조차 모르는 선생님들도 있더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동 ㄹ중학교의 하아무개 교사는 “부모가 정해준 입시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단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때는 그 녀석들한테 아무런 지도를 못하는 내가 불쌍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이런 상황을 방관하는 편이지만, 편법적인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입시가 가까워지면 외고 준비생들은 출석으로 처리되는 ‘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한다. 학교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지만 그냥 넘어간다. 서울 목동의 한 중학교 최아무개 교사는 “실제로 몸이 아파 결석한 학생들은 출석 점수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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