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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국사·국어 수업'... 공약 현실화되나
이 름 :
임고야 작성일 : 2008년 01월 25일 15시 38분
     
  인수위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사나 국어 등 일부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겠다"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운동 기간 중 발언을 기어이 실천에 옮길 태세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22일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영어교육 부분에 특별히 시간을 할애, "영어교육 하나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하는 것을 5년간의 국가적 과제로 삼고 역점을 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를 벤치마킹하겠다, 문법에서 벗어나 말하고 쓰고 듣고 하는 자연적인 언어습득 과정을 거치는 방향으로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라는 그의 말에서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수업 진행'이 현실화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다.이를 둘러싼 교육학적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인수위는 이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재의 학교 교실에서 교사 1명이 30여명의 아이들에게 의사소통 위주의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그룹별로 나눠 수업하는 대안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영어 의사소통이 자유자재인 교사의 공급은 가능한지 의문이다.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수업 진행'이란 발상은 결국 요구하는 영어실력의 기준치만 올려놓게 될 것이다. 올라간 만큼의 공간을 과연 공교육이 메울 수 있겠는가. 결국 사교육 시장만 확대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이렇듯 해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글로벌한 시대에 누구나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해법이 자꾸 꼬이는 것이다. 운동을 못 하는 사람에게 운동선수가 되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그런 의미에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지난 연말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시한 해법은 귀담아들을만하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일부만 영어에 집중해서 외국과의 교류를 담당하고 다른 사람들은 자기 전공분야에 집중해서 실력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으면 자기 전공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면 좋죠. 그런데 둘 다 잘하려면 엄청 힘들기 때문에 그것을 분업해야 됩니다.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많은 기업가들은 외국회사와 사업할 때 통역 쓰면 영어실력 떨어지는 것을 자기가 인정하게 되니까 그게 창피해서 실력이 안 되는데 영어로 합니다. 그러다가 모르니까 영어 잘하는 직원 불러내서 협상하다 일을 그르치는 적도 많습니다. 영어 못하는 것이 절대 창피한 것이 아닙니다.

영어 잘하면 전공분야에 대한 실력이 떨어져도 출세하기 쉽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영어를 배웁니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돈과 노력이 낭비되면서 국력을 좀먹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부가 역할을 해서 입시에서 영어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고 한편으로는 세계 최고수준의 통·번역사를 양성하기 위해 지원해야 합니다."

새 정부가 아무리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교육에 힘을 쏟아도 모든 국민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영어가 공용어처럼 통용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 사회를 지향하다가는 장 교수의 지적대로 엄청난 국가적 낭비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교육·사회 시스템 개혁은 '모두가 다 영어를 잘해야 하는' 방향이 아니라, '모두가 다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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